Yonsei Human Development Lab

2025년 6월 27일
작성자 - 송미리
실수로부터 배우게 하세요.
많은 부모들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 특별히 아는 바가 없이 육아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막상 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온갖 교훈적인 말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아이와의 생활은 굳이 교훈으로 덧칠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멋진 말을 남기려 하기보다 눈을 마주치며 웃고 비비며 교감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남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는 능력이며, 아이를 위한 최선의 가르침도 남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사물을 하나씩 인지해가는 것은 기본이요, 궁극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우며, 그리하여 진정으로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에는 많은 도전과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실수 없는 도전이 없고 질문 없는 성찰은 없습니다. 실수로부터 배우는 법을 알지 못하고서 자기정체성을 찾기란 요원합니다. 실수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실수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이가 물을 쏟았을 때 부모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야, 좀 조심하지 않구! 여기서 놀지 말랬잖아!” 또는 “더 번지기 전에 마른 걸레 가져와서 닦자”. 이런 말들은 이미 습관이 되어 생각할 겨를 없이 순식간에 튀어 나옵니다. 전자는 과거를, 후자는 현재를 중시하는 부모의 반응입니다. 전자는 ‘왜 실수를 했니?’라는 추궁성 질문이고, 후자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당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실수를 야단치거나 훈계하면 실수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실수로부터 배우고 깨닫는 법을 모르면 발전이 없습니다.
여기에 부정적 평가를 덧붙인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넌 왜 만날 그 모양이니? 넌 그게 문제야.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니?” 이런 말의 효과는 강력합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넌 조심성 없는 아이야’라는 딱지를 붙임과 동시에 ‘도대체 쟤는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말을 하는 부모의 속을 터지게 만듭니다. 아이에게는 실수를 두렵게 만들고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성향으로 유도하며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부모에게는 답답함을 가중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부정적 평가성 언어를 줄여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쓰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지난 일을 추궁하지 않고 일상의 행동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지 않을 때라야 우리 아이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키워갈 수 있습니다.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게 됩니다.
경향신문 2010.11.15. [학부모 마음 읽기]실수로부터 배우게 하라. 손병목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