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Human Development Lab

2025년 6월 27일
작성자 - 조이수
아이들은 여러 가지 자극을 통해 언어와 접촉하고 받아들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 소리, 켜져 있는 텔레비젼이나 라디오 소리, 어른들끼리의 대화 소리 등 아이에게 언어적 자극이 될 만한 것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자극을 통해서 언어에 접하게 되고 말을 잘 배울 수 있는 기초공사를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대두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결정적 시기의 존재 여부”입니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데 있어서 이러한 수 많은 자극들이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언어적 자극을 필요로 하는 특정한 시기가 있는 것인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어떤 학습에 있어서 학습을 잘 할 수 있는 특정한 준비 시기가 있으며 그 시기가 지나면 학습이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진다는 관점이 바로 “결정적 시기”를 옹호하는 관점입니다. 결정적 시기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모국어가 습득되는 시기인 18개월과 사춘기 사이에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언어학습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가 존재할까요?
결정적 시기가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갓 태어난 아이를 특정 기간 동안 언어에 노출시키지 않고 고립시킨 후, 그 시기가 지나면 언어를 가르쳐보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특정 시기가 지난 뒤에 언어를 정상적으로 자란 아이들만큼 잘 사용할 수 있다면 결정적시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언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못한다면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리면 되는 일이지요.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은 매우 비윤리적이므로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연구 시도는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실험을 통해서가 아닌 사례연구를 통해서 결정적 시기의 존재 여부에 대해 조금이나마 가까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몇 번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니(Genie)’라는 여자아이의 경우입니다. 1970년에 한 사회 복지사가 눈 먼 여성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다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자신들의 딸을 다락방에 가둬놓은 채 격리시켜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아이는 구출될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벌거벗긴 채로 묶여 있었으며 소리라도 내면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구타를 당하며 아동용 변기 위에 무려 13년 동안이나 갇혀 지내왔던 것입니다. 이 아이가 ‘지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였습니다. 구출되고 나서 지니는 여러 가지 재활 프로그램을 받게 되었고 차츰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활 프로그램 중에 언어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니는 몇 십 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뿐이었습니다. 지니는 의문문을 구사하지도, 문법체계를 이해하지도 못하였지요. 단순히 단어들을 조합하여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였으나 많은 경우 다른 사람들은 지니의 의사표현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언어 표현은 지니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게 되었고 결국 지니는 정상적으로 자란 아이들만큼 언어를 구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언어 연구학자들은 지니와 비슷한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언어 학습에 있어서는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례만으로 우리는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고 확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니의 경우, 태어났을 때부터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혹은 부모에게 구타를 당하면서 정서적 외상이나 신경계 손상이 있어 정상적으로 언어 학습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고 확정 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이런 “결정적 시기”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으며 결정적 시기를 옹호하는 학자들 가운데서도 그 결정적 시기가 언제인지에 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결정적 시기에 관한 확실한 답을 찾지는 못하였습니다.
아동발달심리학(10th edition), 박학사, John W. Santrock 지음, 곽금주 정윤경 김민화 박성혜 송현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