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Human Development Lab


발달심리연구실
2011년 11월 3일
“음악가 양성보다는 인성 개발이 우선”
- ‘엘 시스테마’ 공동 창립자 디 폴로 내한…문화부와 업무협약 체결 합의
[서울]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가 한국에 본격 도입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코리아는 25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에두아르도 멘데즈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총감독과 오케스트라 교육사업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박재은 원장과 국내 공연을 위해 방한한 엘 시스테마 총감독 에두아르도 멘데즈(Eduardo Mendez)는 양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교육사업의 취지와 방향이 일치함에 동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화부와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관(볼프강 곤살레스 대사대리)이 동석해, 양 기관의 합의 내용을 공식 확인했다.
엘 시스테마와의 MOU에는 ▲국내 오케스트라 교육자의 베네수엘라 현지 연수를 통한 엘 시스테마 교습법 전수, ▲엘 시스테마의 악보, 레퍼토리 등 교보재를 교육진흥원측에 전체 제공, ▲교육진흥원 요청 시 엘 시스테마 교육자를 한국에 파견, 교육현장 모니터링 및 교습법 교정 등이 핵심 협력과제로 명시된다.
엘 시스테마는 아이들이 범죄의 늪에 빠지는 것을 막고 꿈과 협동정신을 북돋워주기 위해 1975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빈민가에서 시작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다.
엘 시스테마는 이후 중남미 각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25개국으로 확산돼 국제적인 음악교육 체계로 자리 잡았으며 그동안 150만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엘 시스테마를 거쳐갔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승격된 엘 시스테마는 정부기금과 각종 20~25곳 기업단체의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한해 후원금은 미화로 약 2억 9천만 달러 수준. 자신이 쓰던 악기를 기부하고 악보를 지원하는 개인 후원자들 또한 엘 시스테마의 발전을 돕는 원동력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아동 청소년의 18~20%가 이러한 엘 시스테마에서 음악 교육을 받고 있다.
이 날 회의를 위해 엘 시스테마의 공동 창립자 프랑크 디 폴로가 한국을 찾았다. 엘 시스테마의 결실인 카라카스 유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온 그는 이날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엘 시스테마의 사회적 기능과 정착 과정 등을 소개했다.
두번째 방한에 감회가 새롭다고 밝힌 엘 시스테마의 공동 창립자 프랑크 디 폴로는 이날 공연 전에 있던 워크숍에서 “음악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 개발이 우선”이라며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더 나은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디 폴로는 “우리는 지난 36년간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겪어왔다”며 “그 과정은 하나의 투쟁이었다.”고 말했다. 디 폴로는 “열악한 상황에서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어려웠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 또한 힘겨웠다.”면서 “한국의 ‘꿈의 오케스트라’가 열정만으로 시작해 많은 실수를 겪은 우리와 달리,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010년부터 전국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교육을 진행해왔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교육과 달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지향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현재 부천, 춘천, 대전, 화성, 부산, 익산, 전주, 성남, 광주 등 9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지자체 추천을 받은 문화재단과 국공립 교향악단의 협력 체계로 추진된 이 사업은 지역에 맞는 오케스트라 교육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형’ 오케스트라 교육 실행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MOU 협정은 이런 꿈의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 폴로는 “한국의 음악교육은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해 더 체계적이고 뚜렷한 목표의식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나라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조언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고, 아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앞서 최광식 문화체육부 장관도 기자회견을 갖고 “‘엘 시스테마’라는 단어는 음악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세상을 움직이는지 알려주는 마법의 단어”라면서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 호세 아브라우 박사를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위촉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병환으로 내한하지 못한 호세 아브라우 박사 대신 엘 시스테마 총감독 에두아르도 멘데즈가 위촉장을 대신 수여받았다.
한편, 이번에 방한한 카라카스 유스오케스트라는 2008년 첫 내한공연에서 열풍을 일으킨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엘 시스테마가 낳은 최고의 연주단체로 꼽힌다. 처음으로 내한한 이들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에 이어 26일 서울 신촌 이화여대에서도 연주회를 펼친다.
엘 시스테마는 단순한 음악 교육단체가 아니라 아동,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었고 그들의 인생을 바꾸었다. 한국의 꿈의 오케 스트라가 엘 시스테마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사회문화공헌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공감코리아 정책기자 강윤지(대학생) hi_angie@naver.com
2011.10.26